<소망의 언덕>/나의 신앙간증

나를 만든 여덟 명의 조련사(2)

소망의 언덕 2006. 7. 22. 16:06

  바. 여우 살살이-야곱-다섯째 오빠

 

  나랑 불과 두 살 차이였으니 이 오빠부터는 친구로 자랐다.

이 오빠는 다른 오빠들과는 달리 싹싹하고 남의 비위 잘 맞추고 웃기도 잘하고 약고 꾀가 많아서 별명이 살살이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으나 공부에 별로 스트레스를 안받을 뿐만 아니라 친구가 많았다.

  지금도 설이나 추석 명절에 대부분의 형제들은 가족끼리 조용히 지내지만 이 오빠는 친구들끼리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시골에 서울 친구들을 가장 많이 데리고 온 오빠도 이 오빠이고 부끄럼 많은 모범 여학생이었던 내게 슬쩍 이성으로서의 첫눈길을 보낸 사람들도 이 오빠 친구들이다.

  이 오빠에겐 안되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썩 잘되는 일도 없다. 회개하기 전의 야곱처럼 인생이 얄궂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표현하기 곤란하다.

  가끔 형제들에게 목돈의 신세를 지러 꾸어준 돈 받으러 온 것처럼 당당하게 나타난다. 참 신기하고 불가사의하다.

지금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가장 많은 걱정을 끼치고 살지만 정작 본인은 매우 명랑하고 상냥하고 밝다.

  이 오빠를 겪으면서 나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는 것을 훈련받았다.

 

  사. 왕소금-돈키호테-큰동생

 

  동생인데 돈에 인색하여 왕소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단 마음이 우러나는 일에는 돈키호테다.

이 동생과 나는 애증의 폭이 컸다.

  나를 인정하고 보스처럼 따를 때는

"누나 괴롭히는 새끼 있으면 말해. 목을 따올테니까."라고 말한다.

  돈을 좋아해서 좀처럼 쓰지 않고 모아서 부자이긴 한데 너무나 세속적이고 술을 좋아해서 탈이다.

 

  아. 합리파-인정주의자-막내동생

 

  막내 동생은 기다리던 딸인 나를 낳고 단산이 소원인 엄마한테 자꾸 애가 생기니 떼어내려고 간장을 사발째 마시고 생철지붕에 올라가 뛰어내리고 해서 그런지 몸이 좀 약하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자기밖에 모르더니 성장하고 장가를 잘 가더니만 오히려 형제들을 챙기고 베풀면서 산다.

  은행대리시험도 그 은행에서 최연소로 첫번째 합격하고 지금은 과장인데 나보다 수입이 훨씬 많다.

  서울 본점 근무를 마다하고 처가가 있는 수원에서 알토란같은 행복을 누리며 사는 걸 보면 촌놈근성이 농후하다. 직원들과 형제들과 낚시하고 물고기 잡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전생의 어부라 불릴 정도로 물고기 잡는데 천재적이다.

  겨울에 식용개구리를 잡아와서 우리 딸들에게 먹이려다 거절당하고 얻은 별명이 '개구리 삼촌'이다. 도시에서 자란 남편도 그 개구리들을 어쩌지 못해 뒷산에 방생했는데 번식했는지 뒷산에서 봄이면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형제들에게 베풀기 잘하는 동생에게 실적쌓기 등의어려운 일이 생기면 형제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다.우리 딸들에게 제일 멋진 삼촌 노릇을 해주는 내성적이지만 정이 많은 똑똑한 동생이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누나다. 누나 일에 반대하는 놈 있으면 죽여버린다."

하고 술 먹으면 호기도 부린다.

 

  그러니까 내 동생들은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한 때 동생 두명이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인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게 도덕 선생짓을 할 때는 누구보다 밉기도 했었다.

  지금은 두 동생들이 나를 십분 이해하고 든든하게 후원해준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남자들이 무섭지 않다.ㅋ

 

(3부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