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흐르는 눈물 (Secret Tears)
이 이야기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제 2막에서 부자가 된 네모리노가 아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이야기가 아니다.
Una furtiva lagrima negli occhi suoi spunto
One lonely tear steals down thy cheek,
Secretly here in the dark.
외로이 그대 빰에 흐르는 눈물,
어둠속에 남몰래 흐르네.
이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나에게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메마름은 기쁨이 아닌 고통이다. 눈물은 메마른 나의 정서를 옥토화 하는 단비요, 몸과 마음과 영혼을 치료하는 신비의 묘약이다.
나는 새벽에 기도는 하지만 혼자 찬송가를 부르는 일은 영 익숙지 않다.
경험에 의하면 새벽에 혼자 찬송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 하루를 승리로 마감한 이가 아닐까 말하고 싶다.
며칠전 새벽에 일어나 난생 처음으로 혼자 찬송가를 불렀다.
다른 날은 입도 안떨어지는데 그날은 신기하게 395장 '너 시험을 당해'를 시작으로 405장'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지나 500장 이전의 아는 찬송이란 찬송은 다 불렀다. 한시간 남짓 찬송을 부르는데 얼마나 소리가 우렁차고 옥타브도 잘올라가며 신령과 진정으로 불리어져서 하나님께 드려지는 느낌이 드는지 혼자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찬송을 부르는 내내 가슴은 시원하고 얼굴은 뜨거웠다. 뜨거운 눈물이 소리없이 강물을 이뤄 웃도리를 흠뻑 적셨다.
어떤 신학자의 칼럼을 읽으니 이런 류의 눈물은 주님께서 나를 만지시며 치료하시는 증거가 된다고 하던가? 그날 새벽 내내 몸이 날아오를 듯 가볍고 가슴은 환희로 가득차 올랐다.
그 날의 감동으로 그 다음날도 새벽에 찬송을 시도했으나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한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다.
늦은 나이에 너무나 어렵게 신학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인데, 박사 학위 논문집을 그 누구보다 나에게 먼저 주고 싶으셨나보다. 그분의 그런 마음을 까맣게 모르는 나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바쁜 스케쥴을 핑계로 그 논문집을 받지 않았다. 나의 무심함에 상처를 받고 내뱉는 그 분의 말은 물론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어제부터 심장의 부정맥 증상이 심해져 통증이 계속되었다.
한달에 한 두번, 고작 몇 십초 동안 찾아오는 가벼운 증상이라 병원에서도 특별한 처방을 해주지 않았는데, 3차 진료기관에 가야 하지 않을까 말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었다.
영적인 것으로 인한 통증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어 새벽에 그 분을 미워한 것을 하나님께 회개했다. 그래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낮동안 가족들은 제각기 볼일 보러 나가고 혼자 TV를 보는데 내내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그 분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전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이 뿌리째 털어지지 않아 우울했는데, 마침 TV에서 슬픈 드라마가 나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고맙게도 나의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그 때 가족들이 들어왔다. 가족들을 보니 어린애같이 서러워져서 눈물이 더더욱 홍수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왜 우냐는 위로의 말은 눈물의 오병이어를 불러오는 훌륭한 촉매제다.
실컷 울고 났는데 '헤이헤이헤이' 재방송에서 신동엽과 김원희와 현영이 얼마나 웃기는지 깔깔깔 웃고나니 이틀동안 끊임없이 괴롭히던 심장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Secret Tears)은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치료하는 신비의 묘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