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주경야독으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데 그 동안의 피로가 쌓여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3교시후 마지막 한시간을 못채우고 나오고 말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처럼 차려진 따뜻한 밥상을 받고, 맛있는 총각 김치도 한 통 얻어 집으로 오니 11시다. 왠지 블로그에 마음이 끌려 댓글을 달다보니 12시가 넘어버렸다.
막내한테 물이 안나온다고 받아두라는 방송이 나왔다는얘기를 들었는데 그만 시간을 넘겨버렸다. 수도관에 고여있던 물로 겨우 머리를 감으니 단수가 되어 버렸다. 가족들은 다 잠들고...설겆이도 그대로...내일 아침 지을 쌀도 안 씻어 놨는데...세수할 물도 양치물도 없다. 그래도 하나도 걱정이 안된다. 어떻게 되겠지...아침은 모처럼 계란 후라이나 해서 먹지 뭐... 하고 잠을 청한다.
너무 피곤해서 4시간 후에 새벽기도를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며 못가도 할 수 없다란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새벽 4시 30분에 모닝콜이 울리고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는 연이어 기발한 생각이 태양처럼 떠올랐다.
다음 순간 나는 히히 웃으며 재밌게 교회로 갔다.
성경책과 함께 손에 들린 중간 크기의 양푼에는 쌀이 담겨져 있다. 씻기에 번거로우니 잡곡은 섞지 않고 쌀만 넣었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쌀을 씻어 물을 가득 담은 후 출입문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보다 먼저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권사님 집사님들이 뒤에서 뭐라뭐라 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쌀 양푼을 보고
"누가~~~"
" 왠 쌀이~~ "
하는 말씀들이리라.
히히~~~ 새벽기도를 마치고 찰랑찰랑 쌀과 물이 가득 든 양푼을 들고 이미 해가 돋은 육교를 건너 집에 온다. 비둘기들이 구경거리를 만난듯 내주위로 몰려든다.
집에와서 쌀과 물을 넣어 솥에 안치고 남은 물로 온식구가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출근했다. 설겆이는 설겆이통에 있던 물과 밥솥에 부어져 있던 물을 합쳐서 씻고 양푼의 물을 조금 떠서 헹구니 해결되었다. 호호호~~~
새벽 기도는 언제나 은혜롭지만 오늘은 더욱 은혜스러웠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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