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해야할 과업이 너무 많았습니다. 흐드러진 목련, 개나리, 벚꽃을 기뻐하였고 사진도 찍었으나 한번도 여유있게 꽃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습니다. 일과와 과업에 쫒겨 '여유'란 별명이 무색하게 조급증까지 생겼습니다. 빈뇨 현상도 생기고요.
요 며칠 저는 속으로 주님께 푸념하였습니다.
"주님, 올 봄에는 너무 바빠서 주님 만드신 꽃향기를 맡을 시간도 없습니다. 너무 바쁘고 때로는 너무 지칩니다.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공부, 공부... 일, 일, 일...... 이렇게 안 살아도 되는 것 아니에요? 꽃향기를 맡을 유유자적한 시간이 그리워요."
우후~~~
이 푸념을 주님께서는 어떻게 처리하셨을까요?
어제밤에도 주경야독하느라 몹시 피곤하고 졸려서 운전을 못할 지경이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행여 제가 길거리에서 걸기적거리고 혹 다칠세라 천사를 보내어 집으로 데려 가셨습니다. 하지만 너무 졸린 저는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으니 비오는 새벽 달콤한 잠에 취하기를 한켠 바랬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벽에 교회로 불러 달라고 기도하고 잤습니다.
새벽 4시 30분, 모닝콜에 눈이 번쩍 떠질 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지극히 맑아졌습니다.
주님께서 오늘도 나를 부르시는구나!!!
순종하며 교회에 가기위해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는 어둠침침한 골목을 지나는데 문득 발치에 하얀 털실뭉치같은 아주 탐스러운 물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눈에 보기에도 너무 사랑스럽고 깜찍하고 정결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것을 집어들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꽃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향기로운 하얀 라일락 꽃이었습니다. 그 꽃은 갓 떨어진 듯 싱싱하고 매우 사랑스러웠습니다. 바로 이꽃입니다.
오~ 주니임~~~
라일락 꽃향기를 맡으며 교회로 갔습니다.
발걸음에 힘이 실렸습니다. 피로가 저멀리 달아났습니다.
주님께서는 간밤에 비올 때, 가장 탐스럽고 예쁜 꽃송이를 골라 제가 새벽에 지나갈 골목길에 몰래 숨겨 놓으셨습니다.
이 기쁨을 그 누가 알리오.
성경책 옆에 꽃을 놓고 새벽기도를 하는데 성령에 감전된 듯 좀 더 있으면 입신의 경지에 들어갈 것 같이 황홀했습니다. 마냥 주님과 함께 있고 싶었으나 하루 일과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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