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새긴 기도
핸드폰 '초기화면 문구' 이야기를 통해 내 인생의 파노라마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1. 지성과 낭만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자마자 성령세례를 받고 신나게 4년동안 신앙 생활을 하다가 그 좁은 길이 답답하고 싫어서 세상에 나가 활개치고 살던 때, 광야생활 5년차 쯤에 처음 핸드폰을 구입하고 새긴 문구이다.
'지성과 낭만'
비교적 권위있는 문예지를 통해 필생의 소망이었던 시인 등단도 했고 돈과 명예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었던 시기였고 목적하는 바들이 술술 잘 이루어졌었다. 나는 돈과 명예와 지성과 낭만과 여유를 갖춘 멋쟁이임을 은근히 자부해도 될만큼 생활에 윤기가 흘렀다. 멋쟁이 친구들도 풍성했고 직장에서는 정의감이 강하여 소금으로서 종종 안타와 홈런을 치는 내 주변에 나를 존경하는 추종자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광야생활을 청산하라는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가장 믿고 신뢰하고 가장 든든한 써포터였던 분의 쓰디쓴 배신으로 돈과 명예와 우정에 한꺼번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보다 더이상 못보고 참다 더이상 참지 못한 주님께서 강권적으로 세상에서 나를 격리시켜 교회로 옮겨 놓으셨다.
'지성과 낭만'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쯧쯧...
2. 주님, 사랑해요!
4년전 9년 동안의 광야 생활을 청산하고 핸드폰에 새긴 문구이다.
"주님,사랑해요!"
세상을 의지했던 어리석음을 회개하고 그동안 주님을 떠나 세상을 사랑했던 것을 회개하고 새 믿음을 구축하며 주님께 대한 두번째 사랑을 핸드폰에 새겼다.
옆의 불신자 동료가 핸드폰 구경을 하다가 이 문구를 보고 경외심을 가지고 웃던 일이 기억난다. 내가 예수님을 너무 사랑한다고 느꼈을까? 가벼운 패딩 잠바의 자크 끝부분 무늬에서조차 '십자가네." 하며 동료들은 나만 보면 예수님을 떠올리곤 했다. 예수님 자랑을 얼마나 하고 다녔던지!!!
3. 엘샤다이 하나님!
주님과의 재결합(?)은 처음엔 힘들고 지루했으나 새벽기도를 시작하고 기도에 날개가 달려 궤도에 오르자 중고등부 교사와 구역장으로 사역하기에 이르렀다.
마태복음 6:33 말씀처럼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니 주님께서 나의 필요를 알아서 채워주시는 것을 실감하게끔 되었다.
감사함으로 엄마처럼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하나님이란 뜻으로 핸드폰에 "엘샤다이 하나님!"이라고 새기고 다녔다. 승승장구,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명예도 사회적 건강도 완벽하게 회복되는 것 같았다.
4. 주님 도와주세요!
그런데!!! 돌발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가는 길에 가끔 손바닥만한 먹구름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더니 세차례에 걸친 폭풍이 몰려왔다. 2차 폭풍 때까진 사력을 다하여 기도로 방어하였지만 3차 폭풍 때는 역부족이었다. 오죽 다급하면 핸드폰 초기화면 문구에 "주님, 도와주세요!!!"하고 비명에 찬 기도를 새기고 다녔을까?
5. 임마누엘, 첫사랑!
아직도 여기저기에 폭풍의 잔해가 남아 있지만 "주님 도와주세요!!!"란 비명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난 어느날 "임마누엘, 첫사랑!"이라고 기도 문구를 바꾸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이니까 폭풍으로 나의 자아를 깨뜨리고훈련시키신 하나님이실지라도 더더욱 사랑하고 싶어서, 폭풍 중에도 함께 계셨던 예수님을 더더욱 사랑하고 싶어서...
큰 전쟁에 비록 패했지만 7전 8기 역전의 용사로 일으켜 주신 것이 고마워서 ...
그리고 첫성령세례때 부어주셨던 풍성한 은사들을 회복하고 확장하여 영적 장애물을 돌파하는 주님의 날선 병기로 사용되고 싶은 나의 염원이 있기에...
어느날 아침 운전하고 오면서 나는 복음성가 한마디를 듣고 전율했다.
"예수 나의 첫사랑 되심~ 첫사랑되심~"
나는 비로소 16년만에 햇솜같은 주님의 품에 다시 안긴 나를 볼 수 있었다.
첫사랑의 그 느낌을 회복한 것이다.
황홀하고 가슴이 뛰었다.
이 단계를 넘으면 다음 핸드폰 초기화면 문구에는 어떤 기도를 새기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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